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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섦, 그리고 익숙함 :: 2007/11/17 01:14한국에 다시 돌아왔을 때, 너무나도 낯설었던 것은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지하철의 문들이었다.
빠리에서는, 지하철을 타거나 지하철에서 내리려면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었다. 지하철이 플랫폼으로 들어서고, 속도를 낮추고, 거의 멈출 때쯤 푸슛-하는 소리가 났다. 마치 예비 종처럼. 그리고 나면 지하철이 채 멈추기도 전에 레버를 돌리거나, 버튼을 누르거나 하면 지하철 문이 철커덩-하며 녹슨 소리를 내며 열렸고, 사람들이 역시 지하철이 채 멈추기도 전에 지하철에서 뛰어내리곤 했다. 물론, 문을 열고 닫는 과정의 손맛이랄까, 그런 낯설고 소소한 쾌감 따위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언제쯤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다시 나의 손길과 상관없이 열리는 지하철 문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음악에 맞춰 고개를 흔들며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혹은 호시탐탐 사진을 찍을 만한 기회만을 노리다가, 지하철이 도착하면, 우르르 밀려나오는 사람들에 잠깐 눈살을 찌푸리고,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지하철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흔들거나,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가 떠난 뒤에도 으레 그럴 것으로 생각했다. 매일 밤이면 어김없이 걸려오던 전화, 문득 생각이 날 때쯤이면 날아오는, 지금 밥을 먹으러 왔다느니, 누구누구 때문에 속이 상한다느니, 무엇무엇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느니 따위의 소소한 감정들을 담은 문자, 가슴에 포옥 안겨 조곤조곤 속삭이던 달콤한 언어들, 그 체온, 그 체취, 그 포근함. 그 모두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 너무도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낯섦조차 희석되고 증발해서 결국은 익숙함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에 모든 책임을 떠맡긴 나의 비겁함을 조롱하기라도 하듯, 그전까지 익숙함이었던 낯섦은 여전히 내 곁에 낯섦으로 머물고 있다. 문득문득 떠올리는 그녀의 목소리, 온기, 맥박이 너무도 생생해서, 그녀를 온전히 내 것으로 느낄 수 없는 이 시간들이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몽롱하고 흐릿한 현실, 또렷하고 분명한 비현실. 끝나지 않은 낯섦, 끝맺지 못한 현실 혹은 비현실, 아쉬움에 놓지 못한 꿈 한 자락. 결국 모두가 나에게 달린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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